그날 원래 출근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아침에 전화가 와서 10시까지 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한 시간 일찍 매장에 갔다. 도착해보니 전화를 한 사람을 포함해 매니저들은 보이지 않았고, 코워커 세 명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깐은 매장이 어떻게 되든 대충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앞치마를 두르고 나니 나도 모르게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일은 또 재미있었다
오픈은 어찌어찌 끝났다. 오전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매니저가 패키징 스테이션을 가르쳐줬다. 준비된 음식을 주문번호에 맞춰 종이가방에 담고 냅킨과 소스를 챙기는 일이었다. 샌드위치 만드는 일만 반복하다가 다른 스테이션을 배우니 머리가 깨어나는 느낌이 있었다. 어떤 일을 오래 해서 익숙해지는 것과, 매장 전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아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오후가 되자 마감조가 들어왔다. 캐셔를 맡은 코워커가 사이드 메뉴 중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주문을 받았고, 매니저가 콜슬로가 없다고 알려줬다. 나는 그 사실을 빨리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니저를 향해 크게 말했다. 콜슬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매니저는 매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그렇게 크게 말하면 손님이 들을 수 있고 좋지 않다고 조용히 알려줬다. 그제야 내가 맞는 말을 골랐는지보다 어디에서 어떤 크기로 말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손님에게 나갈 주문을 맞추는 일과,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공유하는 일은 같은 주방 안에서도 방식이 달랐다.
한 사람의 실수가 주문 전체로 번질 때
나는 피드백을 받고 한동안 샌드위치만 만들었다. 주문이 밀리기 시작했는데도 매니저에게 다시 말을 걸기가 어색했다. 그래도 패키징 스테이션 쪽에서 매니저가 혼자 주문을 처리하는 게 보여서 그쪽으로 갔다. 약 10분 동안 주문 열 개가 넘게 쌓인 일을 같이 정리했다.
일이 조금 정리된 것 같아서 이제 괜찮은지 물었다. 내가 묻고 싶었던 건 이 정도면 따라갈 수 있는지, 더 도와야 하는지였다. 매니저는 손님이 여전히 많아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나는 주문표를 가리키며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고, 매니저도 웃으며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다시 샌드위치와 패키징 사이를 오갔다.
말실수한 게 마음에 걸려 도우러 갔는데, 같이 주문을 처리하다 보니 나도 다시 신이 났다. 혼자 샌드위치만 만들던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매니저도 웃어주니 말을 걸기가 한결 편해졌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 퇴근하려고 하자 매니저가 한 시간만 더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침 열 시부터 시작해서 힘들다고 대답했다. 매장은 여전히 바빴고, 매니저가 다시 30분만 부탁했다. 그 정도는 더 할 수 있겠다고 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30분이 되기 전에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모습을 매니저에게 들켰다. 매니저는 아직 아니라는 듯 말했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정확히 30분이 지나자 매니저가 패키징을 마친 상품을 가리키며 good to go라고 했다. 나는 “Soju is good to go”라고 받아쳤다. 매니저가 웃었고, 마지막 봉투 하나를 더 정리한 뒤 장갑과 머리망을 벗고 매장을 나왔다.
그날 나는 더 일할 수 있는 시간과 힘든 시간을 말로 맞췄다. 매니저는 사람이 필요해서 부탁했고, 나는 그날의 상태를 보고 30분을 선택했다. 바쁜 주방에서는 누가 더 열심히 했는지를 세는 것보다, 어느 스테이션에 무엇이 필요한지 서로 맞추는 일이 먼저였다.
바쁜 주방에서 먼저 맞출 것들
다시 그 자리에 선다면 매장 건너편까지 들리게 외치기보다 가까이 가서 말할 것 같다. 콜슬로가 없는 건지, 다른 사이드도 없는지 확인하고 주문받는 사람도 알고 있는지 물어보면 된다. 혼났다고 입을 닫아버리는 것도 고치고 싶다. 목소리가 컸다는 피드백이지, 필요한 말까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일을 더 하겠다고 대답하기 전에도 그날의 내 상태를 말해두고 싶다. 나는 한 시간은 힘들었고 30분은 더 하겠다고 했다. 막상 일하면서는 시계를 계속 봤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같이 있었던 날이었다.
그때쯤에는 처음 출근할 때처럼 파파이스가 두렵지는 않았다. 바쁜 날에는 어느 스테이션에 사람이 필요한지 보고 움직이면 됐다. 다음 달에는 빅토리아를 떠나 몬트리올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