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Soju로 살아남기 · 2

어느 지점으로 갈지는 출근 전날에야 알았다

이야기 시기: 2021년 12월–2022년 1월 · 빅토리아
공개: 2026-09-20 · 글 Soju Lee

서브웨이에 들어간 뒤, 내가 일하는 장소는 한 곳에 고정되지 않았다. 사람이 필요한 지점에 가달라는 부탁이 오면 어떤 때는 받아들였고, 어떤 때는 거절했다. 그렇게 빅토리아의 서브웨이 네 곳을 오갔다.

처음에는 여러 매장을 경험하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른 곳에 가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일하던 곳이 아닌 매장에 다녀온 날은 퇴근 뒤에 유난히 진이 빠졌다. 일하는 동안에는 익숙하지 않은 동선을 따라가야 했고, 다음 출근지가 어디인지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출근은 한 번인데, 길은 매번 달랐다

2021년 12월 29일, 앞으로는 다른 지점으로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은 더 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이 너무 멀다고 불평했다. 그 말을 하고 나니 대화의 분위기도, 내 마음도 확 식었다.

내가 원한 건 한 지점에 정착해서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고,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있는 생활이었다. 실제로는 하루에 짧으면 세 시간, 길면 다섯 시간 일하는 날이 많았다. 매일 출근하는 것처럼 움직이는데 일주일 근무시간은 30시간을 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한 만큼 안정감을 얻지도 못했다.

처음 다른 매장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몇 번은 그렇게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건 달랐다. 쉬는 날을 언제로 잡을지, 다음 주에 얼마나 일할지 알고 싶었다.

서브웨이를 벗어날 생각이 커지자 다른 일도 알아봤다. 2022년 1월 14일에는 Dairy Queen에 첫 출근했다. 그날은 다른 면접 시간과 근무 시간이 겹쳐서, 버스 안에서 어떻게 전화할지 문장을 써보며 면접 시간을 바꿨다.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면접을 다음 날로 미룰 수 있었다.

내 상태부터 좋지 않았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머리가 아팠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는 됐는데 바로 잊어버렸다. 그 와중에 배달 주문과 손님이 한꺼번에 몰렸고, 아이스크림 기계의 아이스크림까지 떨어졌다. 바닥에는 휴지와 아이스크림이 굴러다녔다. 일을 알려주던 동료도 오늘 너무 바빠서 챙겨주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날 퇴근할 때는 내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컨디션이 나아지면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매장은 결국 첫 출근이자 마지막 출근이 됐다. 새로운 일을 찾는다고 해서 내가 원한 안정된 일정이 바로 생기는 건 아니었다.

1월 16일에는 평소보다 먼 James Bay 지점에서 일을 마쳤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그곳까지 온 일이 아쉬워 가까운 해안가로 걸어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다 건너 조명과 항구를 바라봤다. 혼자 낯선 곳을 걷는 일이 내 기분을 바꾸는 방식이라는 걸, 지점을 옮겨 다니던 날에 오히려 알게 됐다.

뚜껑이라는 단어에서 멈췄다

영어가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은 근무 중에 더 분명해졌다. 한국에서 언어교환 파트너와 통화할 때에는 두 시간 가까이 영어를 썼는데, 서브웨이에서는 한국인 동료와 일하고 고객에게는 정해진 주문 문장만 반복했다. 바쁜 매장에서 스몰톡을 시도할 여유도 없었다. 나는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빨리 퇴근하고 빨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되풀이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뚜껑이었다. 캐나다인 동료에게 뚜껑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는데, 그 단어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한 달을 서브웨이에서 일했는데도 lid라는 단어 하나를 몰라 입을 열지 못했다. 어려운 업무 영어가 아니었다. 매일 손에 잡히는 물건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그 뒤로는 내가 어떤 영어를 쓰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주문을 받고 재료를 묻는 영어는 반복해서 익숙해졌지만, 동료에게 일을 부탁하거나 내 상황을 설명하는 영어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영어 환경에 들어와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로는 사용하는 말의 범위가 좁았다.

그만두는 방식도 내가 책임져야 했다

1월 25일 무렵에는 출근 전날의 스트레스가 커졌다. 원래 가기로 한 매장이 바뀌고, 갑작스럽게 빨리 와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예정된 근무시간과 다른 요청이 겹치는 날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화가 났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당장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 감정을 삼키며 움직였다.

나는 빨리 다른 일자리를 구해서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의 사정을 전화로 설명하지 못한 채 문자로 그만두겠다는 뜻을 보냈다. 잘 챙겨준 부분에 미안하다는 말도 적었다. 사람과 헤어지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더 이상 그 방식으로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동시에 있었다.

다시 일을 고른다면, 호의로 받은 대체 근무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적어둘 것 같다. 지점, 출근 시각, 근무시간, 이동시간을 따로 적으면 부탁을 받아들일 때 무엇을 바꾸는지 보인다. 그만두게 될 때는 감정부터 보내기보다 마지막 근무일과 정산할 내용을 글로 정리하고, 필요한 연락 창구를 남겨두고 싶다. 세부 절차는 일하는 지역과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그때의 공식 안내도 확인해야 한다.

다음 네 가지는 내가 다시 여러 지점의 일을 고른다면 먼저 적을 항목이다.

필요한 항목만 확인해보세요. 체크 상태는 저장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한 건 일을 구했다는 안도감 다음에 올 생활이었다. 어느 지점에 몇 시까지 가는지 알고, 퇴근 뒤의 시간도 써보고 싶었다. 그 부분을 처음부터 더 물어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일터에서 영어가 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던 무렵, 전혀 다른 곳에서는 영어가 들렸다. 집에서 사고 싶은 가방의 리뷰를 보고 있을 때였다.

다음 이야기 · 2026-09-27 일요일

가방을 못 샀는데, 영어는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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