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초, 일찍 일이 끝나는 날 저녁 약속 전에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한국에서 동네 바버에게 몇 달 동안 바버컷을 받았고, 캐나다에 온 뒤에도 같은 모양을 유지하고 싶었다. 머리를 더 기른 채 버티기는 어려웠다.
빅토리아에서 추천받은 곳은 두 군데였다. 한 곳은 예약을 하고 바버를 고르는 방식으로 가격이 40달러였고, 다른 한 곳은 예약 없이 가서 기다리는 walk-in 방식으로 25달러였다.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15달러 차이는 작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약 없는 Rebellion으로 갔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검색부터 했다
가게에 도착해 앉아 기다리는데, 바버와 손님이 나누는 말이 그날따라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가 어떤 머리를 원하는지 영어로 설명할 생각을 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미국 바버숍의 컷 종류를 한국어로 검색해봤지만, 화면으로 읽은 설명이 실제 의자 앞에서 바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머리를 자를 때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렸던 기억이 있었다. 이곳은 walk-in이라 그런지 한 손님을 30분 안에 끝내는 분위기였다.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은 뒤, 원하는 모양을 side part로 정하고 옆과 뒤는 skin fade로 해달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현지 바버숍은 처음이라 긴장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말을 마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한국 미용실에서는 거울을 보며 앞뒤옆의 변화를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바버가 가만히 있고 의자가 돌아갔다. 나는 머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르는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조금 무서웠지만, 이미 설명한 모양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의자는 돌아가는데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발이 끝난 뒤 헤어 제품을 바를지 묻는 말에 그러겠다고 했다. 그제야 결과를 확인했다. 30분 정도 걸린 머리는 꽤 만족스러웠고, 지저분했던 옆머리가 정리되어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났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격은 25달러였지만 30달러를 내고 잔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가게를 나와 문을 통과한 순간에는 바로 후회했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머리 길이의 변화가, 바깥 공기를 맞자마자 몸으로 느껴졌다.
주변에서는 머리카락의 굵기나 모질이 달라서 한인 미용사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래도 한국에서 하던 바버컷을 이어가고 싶었고, 한국에서 최근에 본 바버숍과 캐나다의 바버숍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했다. 이번에는 선택이 잘 맞았다. 다만 잘 맞았다는 결론은 자리에 앉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가격 두 개는 정확히 비교하면서 정작 내 머리를 어떻게 설명할지는 가게에 도착해서 준비했다. 15달러를 아낄지 말지는 골랐는데, 옆머리가 얼마나 짧아져도 괜찮은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자리에서 컷 종류를 검색하는 동안 내 차례가 올까 봐 긴장했던 건 내가 미룬 준비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 자른다면
다시 간다면 사진 한 장을 저장해 보여주고, 윗머리 길이와 옆·뒤의 짧은 정도를 말로도 확인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side part와 상대가 이해한 side part가 같다고 바로 가정하지 않고, 시작 전에 한 번 맞춰보는 편이 안전하다. 제품을 바를지와 가격도 자리에 앉기 전에 확인하면 마지막에 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 이발소나 미용실을 처음 고르는 사람이라면 다음 네 가지를 미리 정해두면 좋겠다.
가게를 나서자 뒤통수가 시렸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머리를 맡기는 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바깥에 나와서야 알았다. 다시 한다면 사진과 길이를 먼저 확인하고, 내가 원하는 모양을 상대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한 번 더 되묻겠다.
그날은 새로 자른 머리로 저녁 약속에 갔다. 며칠 뒤의 쉬는 날에는 약속 없이 혼자 움직였다. 산에 올라갔다가 책을 구경하고, 레쥬메도 돌릴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나갈 때의 계획은 꽤 괜찮았다.